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
농사를 하며 가장 절실하게 체감하는 것은 '기후위기'예요. 전라남도에서 봄을 보내며 제일 자주 받는 재난문자는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예요. 봄가뭄과 늦서리 피해로 인해 기존에 직파(*밭에 바로 씨앗을 뿌림)하던 씨앗들도 안전하게 모종(*모종트레이에 씨를 뿌려 키우는 것)을 낸다고 해요. 갑자기 기온이 확 올라 꽃들이 일찍 모습을 드러내고, 땅은 씨앗이 버티기에 너무 메마르고, 갑자기 추워져 웬 서리가 내리고. 지구가 계속해서 이상기후로 재난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기후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직업은 '농부'가 아닐까 싶어요. 저 또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지속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이번 주엔 '대지에 입맞춤을(2020)'이라는 넷플릭스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았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토양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다큐였어요.
기존의 농사는 땅을 갈고(경운) 화학비료를 사용해 소품종 대량생산의 방식으로 단기적인 생산성을 높여요.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땅속 미생물이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요. 토양을 훼손하고, 그로 인해 땅에 저장되어있던 물과 탄소가 방출되어요. 토양침식과 토양이 흙먼지로 변하는 사막화를 가속화해요. 현재 전 세계 토지 면적의 2/3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경운할수록, 화학비료를 사용할수록 토양은 약해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또 화학비료를 구입해 사용하는, 산업형 농업의 악순환.
산업혁명, 녹색혁명으로 인간이 더 풍요롭게 살게 된 것일까요?? 현재로서 인간은 인간이 저지른 것들을 수습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요. 이미 너무 많은 탄소를 배출해서 당장 플라스틱 빨대 하나 안 쓰는 거, 재활용하는 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대요. 탄소배출량 감소 논의를 넘어서, 대기 중 탄소를 저장하는 방법에 관심을 가져야 한대요. 식물, 땅속 미생물은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어요. 흙이 건강해지면 그 안에 있는 식물의 뿌리, 미생물은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겠지요. 더 이상 숲이 파괴되지 않고, 흙을 다시 살리기에 힘쓰길 바라요.
누군가 기후위기에 대해 색다른 질문을 던졌어요. "기후위기로 인해 인간이 멸종하는 것이 오히려 지구에 더 나은 일 아닐까요?"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기후위기는 더 가난하고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 먼저, 불평등하게 찾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어요. 모든 인간이 '지구를 위해 멸종하자!'는 말에 동의한 것도 아니니. 그리고 인간으로 인해 동식물은 무슨 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멸종하더라도 인간이 지구에 저지른 것은 인간이 어느 정도 수습하고 죽는 것이 도리가 아닌지 생각해보며... 질문의 답을 마무리해봅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 인간이 함께하는 팀플이라던데, 부디 팀플을 잘 해내길 바라고 있어요. 덧붙여 환경을 지키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부과되지 않길, 사회구조가 자연스럽게 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바뀌어나가면 좋겠네요. 무경운,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는 농가에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랄까...
이 글을 쓰며 새삼 부끄러워지네요. 머리로는 끊임없이 생각하지만, 사소한 실천조차 눈치 보고 어려워하는 여전한 저의 일상이 떠올라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