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핸내입니다. , 안녕하세요. 올해 첫 제 일상을 담은 나살핸을 발송해요. 올 한해도 시골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일들을 소중히 기록해 보낼게요. 나살핸의 여정에 함께해주어 고마워요! 오늘은 곡성에서 새로 생긴 취미, 장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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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마을 친구들과 함께 5일간 장구 전수를 받고 왔다. 보통 여름이나 겨울에 농악보존회에서 농악 전수를 진행한다. 전수관에서 먹고 자며 4일에서 7일간 농악(풍물)을 전수 받는 것이다. 내가 전수 받은 '곡성죽동농악보존회'에서는 순전히 우리 3명을 위해 겨울 전수를 열어주었다. 농악을 보존하고자 애쓰는 어른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반가운 존재였는지, 만나는 이마다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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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장구 전수가 어땠는지 묻는다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했고, 힘들었고, 무서웠고, 재밌었고, 심란했고, 화났고, 따뜻했고, 답답했고, 눈물 났다. 전수 기간 느낀 마음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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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를 매본 건 4번, 앉아서 하는 사물놀이는 10번 정도 해봤다. 어느 정도 박자감각이 있고, 몸 쓰기를 즐기는 나는 오금질(*오금을 활용해 장단에 맞춰 걷는 것)과 장구 장단을 곧잘 따라 했다. 모든 몸 쓰는 일은 연결되어 있나보다. 그간 유튜브 영상을 보며 요가한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장구 자세와 몸짓을 이해하고 따라 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물론 진짜 안 쳐지는 장단 하나 있었다.)
신명 나는 장구 장단에 맞춰 걷고 뛰고, 몸을 움직이는 게 재밌다. 잘하는 편이라며 칭찬받고, 소수 인원이라 맞춤 전수 받고, 연습하면 느는 게 보이니 즐겁지 않을 리가! 뿐만 아니라 어른들로부터 마을의 옛이야기를 듣는 일도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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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오전 연습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들어와 전수관 관계자를 찾았다. 알고 보니 농기를 연구하는 민속학자였다. 대전에서부터 곡성까지, 죽동농악의 오랜 역사를 지닌 '용기'를 보러 무작정 찾아왔단다. 잠시 용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과거에 용기는 마을의 위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두레로 모내기나 논매기를 할 때, 농기를 들고 가서 꽂아놓고, 공동 노동을 하고 풍물을 쳤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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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동농악에서는 자그마치 90년이나 된,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농기를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업박물관에서 보관 중이다.) 민속학자님 덕분에 일 년에 딱 한 번, 보존회발표회 때나 모습을 드러내는 용기를 볼 수 있었다. 그 크기는 어마무시 했다... 단연 마을의 위엄을 드러낼 만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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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이, 학연, 지연, 결혼 얘기가 자주 등장하는 대화는 너무 오랜만이라... 마음이 심란했다. 옛것을 보존하는 것과 형식주의적인 것의 사이. 예의와 존중,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것의 사이. 나는 그 사이에서 계속 씨름했다. '이 말은 어떤 쪽에 속할까? 어떤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이 대화를 속에서 나는 괜찮은가?'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새삼 살고 있는 마을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내 모습대로 존재할 수 있었는지 깨달았다. 그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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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밤... 결국 눈물이 터졌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가장 주된 감정은 무서움이었다. 너무 재밌어서 덜컥 겁이 났다. 잘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었다. 잘 보이고 싶었다. 또한 장구가 삶에 깊이 들어오게 될까 무서웠다. (마치 입덕 부정기랄까..?) 기회는 활짝 열려있기에 마음만 있다면 장구가 주인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장구는 그저 나의 흥을 돋우는 수단에 불과했는데, 점점 의미가 커지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게 될까 봐, 혹은 그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무언가가 두려웠다. (이를테면 장구가 재미없어질 때 혹은 실력이 턱 막혀 안 늘 때를 마주할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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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무형문화재 박대업 곡성죽동농악도지정기능보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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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만나온 국악인들은 하나같이 한 번 하면 끝장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대업 무형문화재 선생님께서는 죽을 때까지 끝은 없다고 말씀하셨지.) 무언가 끝장을 보는 건 나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꾸준함과 뒷심이 없으면 끝장내기 어려운 걸 안다. 나는... 대체로 불태워버리는 편이기에 남들에 비해 뒷심이 부족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장구를 쉽게 그만두게 될까, 그래서 뒤처질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 고민을 선생님께 털어놓았더니 친구를 잘 두면 된다고 하신다. 맞는 말이다. 친구들 잘 뒀으니, 걱정은 내려두고 부단히 내 자리를 지켜야지. 그저 재밌게 즐겨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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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재밌는 세계다. 풍물이 옛 조상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마을 사람 대부분이 풍물을 쳤다는 사실도, 장구는 온몸으로 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재밌는 배움이다. 다만 온몸으로 친다는 것을 처음 경험한 나는 근육통에 시달려 제대로 걷질 못했다. 오금질을 하면 발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종아리가 터질 것 같다. 장구끈을 맨 허리엔 멍이 들고. 내가 운동훈련에 온 건지 장구 전수에 온 건지 헷갈릴만 했다.
우리는 몸을 풀어주기 위해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함께 요가하고, 서로 밟아주었다. 이날을 위해 옆 마을에서 밟는 마사지를 배웠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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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다 함께 맞춰보았다. 정말 많이 늘었다. 후련한 마음과 여전한 복잡한 마음으로 짐을 챙겼다. 차분하게 짐을 챙기고 싶었지만, 상황상 그러지 못했다. 급히 챙기고 차에 탔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잔뜩 화가 났다. 짐을 내 방식대로 차곡차곡 싸지 못한 게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화가 잔뜩 났다니, 마음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사소한 것에 통제욕구가 치밀어 오른다는 것은 마음이 삐거덕거리고 피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수 기간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적어서 그랬던 걸까? 대화 주제도, 공간도, 시간도. 심지어 장구도 맘대로 안 쳐질 때가 있으니. 하루 동안은 장구 얘기만 나오면 피했다. 다행히 잠을 푹 자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잠을 많이 못 자서 그랬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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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 2일차 휘몰이 장단 배우기(어깨 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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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느낀 장구 혹은 국악의 매력이 있다. 바로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장구 치는 스타일이 다르고, 장구 치는 온몸에 성격이 묻어난다. 이를테면 나는 신나게 총총 퍽퍽 걷고, 세게 장구를 치는 편인 반면, 친구는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걷고 친다. 또 다른 친구는 의젓하게. 풍물에서는 에어로빅처럼 몸의 각도와 동작을 복사본처럼 똑같이 맞추지 않는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스타일은 가지각색이지만 그들이 모여 어우러지는 것이 풍물이란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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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구가 싫어질 때면, 풍물에 처음 빠졌던 때를 떠올리기로 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모습을. 몰두하여 장구 연습한 그 순간을 다시 돌려보기로 했다. 공연하는 태평소 소리를 다시 들어보기로 했다.
이제 생활 소리가 장구 장단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금도 난로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따구궁기'로 들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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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저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있길 바라요.
읽고 나서 드는 생각, 궁금한 점, 여러분의 일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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