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핸내입니다. 탐조 열풍이 분다. 언제부턴가 하나, 둘 쌍안경을 들고 나타난다. 아마 책담(*마을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된 '새 특강'이 촉발점이었을 것이다. 지난여름, 숲 해설가를 초청해 '우리동네 새 관찰하기' 강의와 탐조가 진행됐다. 새의 세계를 접한 이웃들은 새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몇몇은 옆 마을에 갈 일이 있을 때면, 쌍안경을 챙겨 걷는다. 중간중간 멈춰 새를 보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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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탐조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 동네에서 가장 자주 탐조하는, 능숙한 탐조인 지선과 그루를 따라갔다. 뒷산에 도착한 그들은 발소리를 줄이고 속삭이듯이 이야기했다. "저기 딱따구리가 있는 것 같아요." 좀 전까지 깔깔거리며 웃던 나와 망고는 목소리를 낮추고, 그들의 발걸음에 맞춰 걸었다. 딱딱 소리가 나는 곳에 귀를 기울였다. 서서히 다가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새가 달아나고, 멀리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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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쌍안경은 어지러웠고, 새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이날 지선이 본 새는 14종, 내가 본 새는 5종 남짓.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새의 생김새를 구분하는 것도, 먼저는 새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저기 멀리 높은 산 보이는 방향으로 나뭇가지 보여요? 거기서 뻗어나간 잔가지들 사이에 있어요." 새를 먼저 찾은 이들이 이런 방식으로 새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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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안경으로 본 세상은 아름다웠다. 나뭇가지와 그 배경은 분명 별다른 것 없는데, 쌍안경 안에 담긴 새만큼은 그간 보던 것과 달랐다. 그들은 내가 상상해 보지 못한 색깔과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 제대로 본 새는 곤줄박이 혹은 어치였을 거다. 사실 누구였는지 제대로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그 순간의 감정만이 남아있다. 놀라움! 신기함! 아름다움! 발견하는 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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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참, 딱딱 소리를 내는 새는 딱새였다. 그간 딱따구리만 딱딱 소리를 내는 줄 알았는데. 우리는 뒷산을 타고 큰 도로까지 나갔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하천에서 물총새를 봤다. 그날 유일하게 진득이 볼 수 있던 새였다. 가만히 앉아있는 새를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다. 파란빛을 띠는 새를 처음 봤다. 그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추운 겨울날, 세 시간 반 동안 걸으며 새를 봤다. 새가 잘 보이지 않고, 추워서 집에 가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새를 발견하곤 피곤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즐거운 순간도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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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과 순천만 탐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전 탐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마을 탐조는 '살금살금, 조심히, 주의 깊게, 발견!'으로 표현된 반면, 순천만 탐조는 '많다, 크다'로 표현됐다. 마을에서 보던 새들과는 10배 이상 차이 나 보이는 흑두루미와 독수리가 많았다. 끼루루끼룩 흑두루미의 목소리는 그곳에 있는 내내 크게 들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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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해설사님의 강의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순천만에 살아가는 동물을 보았다. 안타까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 최대개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2016년과 2022년에 유독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선생님은 "생태 문제를 다룰 때 한 지역만 다루면 안 돼요."라고 덧붙이며 이유를 설명했다.
4대강사업으로 인해 낙동강의 모래톱과 습지가 훼손되었다. 그로 인해 시베리아에서 넘어온 흑두루미는 그곳에 머물기 어려워졌다. 흑두루미의 이동 경로가 낙동강에서 서해안으로 바뀐 것이다. 즉, 중간 정착지를 빼앗긴 이들이 순천만을 찾아온 것이다. 인간의 짧은 생각과 욕심으로 다른 동물의 터전이 침범당했다.
순천에서는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를 조성해 흑두루미의 월동지를 보전하고자 노력한다. 전봇대를 뽑고, 새가 먹을 볍씨를 뿌려준다. 농부들에게 생산량에 상관없이 면적 당 지불금을 제공한다. 이에 농부는 농약 치지 않은 볍씨를 거두고, 순천시는 그것을 논에 뿌려준다. 볏짚을 논에 그대로 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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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흑두루미에게 자연스러운 건 뭘까? 인간이 먹이주는 행위를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는가? 인간의 개입은 어느 정도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흑두루미의 터전을 빼앗고 먹고 살기 어렵게 했으니, 인간이 책임져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라도 보전하는 게 맞다고. 다만, 흑두루미가 생태계 안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본연의 환경을 회복하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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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같이 간 이웃은 흑두루미 말고도 재두루미와 독수리, 흰뺨검둥오리, 댕기물떼새, 깝작도요 등 20종의 새를 봤다고 한다. 나는 그중 독수리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캐릭터화된 이미지로 자주 접했던 독수리는 근엄하고 당당하고 사나웠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다르게 느껴졌다. 머리는 왜인지 자다 일어난 것처럼 부스스한 모습이었고, 덩치는 어깨가 볼록한 오랑우탄 같았다. 영상에서는 사체 앞에 총총 과감하게 다가가는 까치와 달리 독수리는 조심스레 다가갔다. 의외의 모습에 인상 깊어 요즘도 가끔 생각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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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왜 보나요?" 새를 보는 이들에게 물었다. "호기심?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신기해. 새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돼.", "아름다워. 나는 심미적인 게 중요한데, 새를 보고 있으면 너무 아름다워." 납득이 가는 답변이었다.
아직 새에 흠뻑 빠지지 않은 나 또한, 겨우 두 번의 탐조만으로 그 매력을 알겠다.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는 즐거움. 경이로운 새의 색깔과 자태. 가지각색의 목소리, 다양한 서식 형태, 삶의 방식.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쩌면 새를 통해 내 세계가 확장되는 중이겠지.
알고 있는 새라곤 까치, 까마귀, 비둘기, 참새뿐이었다. 적어도 내 세계엔 그들만 존재했다. 새에 빠진 이웃을 통해, 탐조 활동을 통해 주변에 얼마나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는다. 단편적으로 생각했던 '새'의 존재가 점차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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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가 나에게 붙여준 새 이름은 붉은머리오목눈이. 이 새는 열심히 자주 먹는다. 촐랑거리고 조잘조잘댄다. 풀은 고고해서 어치, 혹은 주위 신경 안 쓰고 열심히 일해서 오색딱따구리. 망고는 그날 입은 옷 색깔이 상모솔새의 색과 닮아 상모솔새. 볕뉘는 밭에서 일할 때 자주 눈이 마주쳤던 곤줄박이 하려다, 파란색과 주황색을 띤 청호반새로. 연어는 물총새. 이름 붙인 덕분에 친구들과 매칭된 새의 이름은 분명히 기억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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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농로를 달렸다. 농로를 따라 펼쳐진 하천에 중대백로와 청둥오리로 보이는 새가 있었다. 자주 다녔던 길이지만, 그곳에 새가 그리 많은지 처음 알았다. '청둥오리일까, 흰뺨검둥오리일까? 원앙일까?', '무리 지어 다닌다! 쟤는 왜 혼자 있지? 쟤네 둘은 가족일까?' 이런 호기심이 생겼다니.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게 꽤나 재미난 일이다.
유행처럼 번진 탐조,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들의 새에 대한 탐구는 깊어지면 더 깊어졌지, 단지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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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지사항 ]
, 오늘도 읽어주어 고마워요. 다음 메일은 서울 일정으로 인해 수요일 정도에 발송할 예정이에요. 남은 하루도 평안하길 바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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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저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있길 바라요.
읽고 나서 드는 생각, 궁금한 점, 여러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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