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포럼운동 다녀온 후기 써본다. 체제전환운동포럼에 다녀왔다. 체제전환이라... 입에 올리기조차 어려운, 거대한 말이다. 한 해 전까지만 해도 자본주의 체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던 유일한 선택지였다고 생각했다.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처하기 위해 사회복지가 필요했고. 체제 자체를 의심해 보진 못했다. 하지만 한 해 동안 자급자족 생태 농사를 배우며, 농서토론을 하며 체제를 의심해 보게 되었다. 끊임없는 성장주의, 소비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고민해 본다. 우리의 삶이 대안이 될 순 없을지 이웃들과 함께 상상력을 모아 본다.
체제전환운동포럼에 다녀온 후기를 적어보려 한다. 2박3일 간의 여정을 한 레터에 담긴 어렵겠지만, 포럼을 통해 내가 하게 된 생각 몇 가지를 공유해 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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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전환운동포럼, 참여했지만서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주거, 교육, 농사, 페미니즘, 공공재생에너지, 노동, 반전' 7가지 영역이 현 체제 내에서 마주한 현실과 현안을 발제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각 영역이 분절된 채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대하여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도모하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다들 뚜렷한 답을 가지고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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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얘기를 처음 들었던 때가 떠오른다. 이웃들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체제전환을 도모하기 위한 '틈'모임을 하고 있다. 연어는 그 자리에서 우리 모임이 포럼의 조직위원으로 참여할 것인지 물었다. 다들 별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 나도 별 관심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연어가 포럼 조직위에 '농' 세션을 제안했고, 발제자로 참여한다고 들했다. "농사를 말하지 않고 체제전환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과 함께. 그 얘길 듣고 관심이 커졌다. 소농 얘기를 대도시 서울에서 한다고?? 이곳에서의 당연한 일상이 도심 속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했다.
결정적으로는 집 계약 사건이 한몫했다. 집 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의 공고한 권력을 확인 하고 나서 '내 집 마련'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돈을 벌겠다고. 그랬더니 연어가 "그 전에 주택을 사회화 하자!"고 말했다. '모든 주택 공공의 것으로 만들자는 건가?' 무슨 말인지 알겠으면서도, 몰랐다. 집 매매 말고 다른 대안을 생각하는 연어가 소개해 준 포럼. 그것에 주거권 세션이 포함돼 있었다. 어쩌면 '주거 안정에 조그마한 실마리가 되진 않을까? 연어가 한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참여하게 되었다.
여러 세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거권'과 '농' 세션에 대해 말해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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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권과 가족구성권, 하나의 지도만들기>를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자는 "너 평생 세입자로 살걸?"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질문했다. 썩 유쾌하진 않다. 이 사회에서 '세입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곱씹게 하는 질문이었다. 세입자의 상태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준비단계로써 아직 완성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로 여겨지곤 한다. 나 또한 시골에서 집 계약을 한 뒤, 내 집 마련의 꿈을 꾸었었다. 세입자의 설움을 더는 느끼고 싶지 않아서, 집 구매를 하겠다고 말했었다.
'안정된 주거 상태는 집을 사적으로 소유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취급된다. 세입자 상태에서 겪은 불평등과 차별은 장차 집을 소유함으로써 해소될 그 미래에 도달하고 나면 자랑스러운 무용담이 될 일시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 지수(민달팽이유니온) 토론문 중 -'
'내 집 마련'이 답인 것처럼 말하는 사회에서 나 또한 당연히 집을 사는 게 주거 안정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했다. "집 사면 안정적일 것 같아요? 아닐걸요?"라는 말에 또 한 번 와장창. 당시엔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 포럼이 끝나고 그 질문이 계속 생각났다. 집을 소유하면 나는 정말 안정적일까? 결론적으로는 '아니'라고 답했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농촌에서는 더 불안정할 것이다.
우리집 1km 이내에 폐기물처리장이 있다. 처리장을 가동했을 당시, 냄새도 많이 났고 대기오염물질로 인한 질병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고 들었다. 현재는 업체의 불법 행각으로 인해 중단된 상태지만, 업체는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증축 개발 허가를 신청했었다. 이러한 상황을 떠올려 보니, 집을 소유하는 것이 결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의 답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내가 사는 동네가 갑자기 재개발 된다거나 양수 발전소가 들어서서 내쫓길 수 있다. 폐기물 처리장이나 축사가 들어서 거주하기에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내 집 마련'이 답인 것처럼 얘기하지 않겠다. 토론자는 "세입자여도 존엄하고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에서 모두가 안전한 집에 머물 수 있다. 세입자여도 괜찮은 사회를 만들자."라고 말한다. 당장은 비현실적이어 보여도, 포럼에서 배운 방향성을 기억하며 주거권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내놔라 공공임대, 팔지마 공공의 땅, 지켜라 세입자권리"
더불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정상가족, 정상성에 기초한 주거권 보장 제도는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가? '신생아 특례대출, 청년창업인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도전숙'과 같은 주거 지원 제도가 있다. 국가가 말하는 '청년'은 누구를 포함하고 있는가? 재생산의 가능성이 있고, '투자 가치가 있는 시민'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원하며, 누구를 배제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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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포획된 농업으로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주제로 농업과 농민, 농촌사회에 대해 말했다. 그간 미디어에서 주로 다뤄진 농업의 거대한 담론이 아닌, 농촌사회에서 농민의 삶은 어떠한지 입체적인 현장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농사를 고된 일로 상상하는 것은, 그리고 실제로 고되고 힘든 일이 되는 것은 그 일 자체에 내재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 농업 체제 하에서의 착취와 수탈 때문이다. - 채효정(기후정의동맹) -
같이 간 볕뉘는 농민의 현실을 여실히 전하는 박미정(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토론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농'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다뤄졌다.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규모화 해야 하고, 그에 따라 많은 농민들은 빚을 지게 된다. 농민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앞집도 2억, 뒷집도 5억"이라고 표현하며 빚을 질 수밖에 없는 농민의 현실을 짚어주었다. 또한 대규모의 농사를 짓지 않고서는 전업농으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대부분 다른 일을 병행해야 하는 현실이다.
"소비자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자로 보이지만 실상은 쏟아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속에서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누군가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자기 주도권을 잃은 소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 김진아(한살림연합회) -"
뉴스에서 농민은 주로 재해와 농산물 가격 하락에 의한 피해자 혹은 수혜자로 비쳐졌다. 또한 농사는 그저 하나의 산업으로 보며, 고부가가치 창출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대농, 스마트팜 등 돈 되는 (것인지 아니면 돈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농업 얘기만 하지 말고, 농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이야기 되길 바란다. 농사를 통한 식량주권 회복과 흙 살리기, 탄소포집. 기후위기 시대에 얼마나 중요한가! 소농이 바글바글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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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에서부터 도시락을 싸 왔다. 김치볶음밥 잔뜩, 빵, 반찬, 튀밥. 덕분에 식당에 찾아갈 필요 없이 편하게 먹었다. 가장 좋았던 시간이다. 매 세션이 끝나고 밥 먹을 때, 우리는 느낀 바와 생각한바, 아쉬운 점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다. 함께 공유하는 일상이 많다 보니, 서로의 얘기에 공감하고 끄덕이며 밥을 먹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인권연구소 '창'의 류은숙 토론자가 아주 시원하고 통찰력 있게 포럼에서 느낀 바를 이야기 했다. 몇몇 발제와 토론에서 '말하는 주어, 주체가 빠져있고 거대한 얘기만 한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현장의 이야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동의했다. 몸이 부대끼고 부딪히고 있는 현장의 얘기를 더 듣고 싶었나 보다. 또한 학술적인 용어보다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설명되길 바랐다. 이에 더해 시간이 부족했다. 발제자, 토론자, 참여자 할 것 없이 모두 할 말이 많았다. 2007년 사회운동포럼 이후 17년 만에 열린 장이니, 할말이 얼마나 많았을까. 이와 같은 장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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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적 분할을 넘어 저항의 연대를!
자본의 포획을 넘어 사회운동의 전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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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없는 돌봄은 공허하고, 돌봄 없는 저항은 맹목이다!
- 채효정 선생님(기후정의동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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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며 쌓아온 시간만큼, 우리도 대안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포럼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장이 계속해서 열리길 바라고, 서로에게 연결되길 바란다. 서로의 현장에서 답을 찾길 바라며, 가로질러 연대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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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저의 이야기에 연결고리가 있길 바라요.
읽고 나서 드는 생각, 궁금한 점, 여러분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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